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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엽 칼럼니스트] 이사(移徙)의 두 얼굴, 안정적 주거의 역할 김정엽 연구분석 2017.01.02 조회수 : 5282 댓글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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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원의 생활을 보다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의 주택" 주변에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주택 관련 책자의 첫 장은 늘 이러한 주택의 사회적 역할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주택정책이 서민 주거 안정화라는 수식을 달고 세상에 소개되지만, 정작 서민 주거 안정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그 동안 너무나 당연시 여겨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 주택 연구자들이 간과해온 안정된 주택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미국의 몇 가지 연구를 소개하며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몇몇 국내 주택 시장의 동향은 주택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월평균 약 1만명 가량이 서울에서 경기도 등 타 지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서울을 벗어나는 가구들에 대해 몇몇 언론들은 수도권 난민, 전세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동의 대부분이 급격히 늘어난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비자발적 이사에 대한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늘어나는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저소득층들의 주거 불안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도시를 예로 들면, 밀워키에서는 2009년부터 2년간 전체 월세가구의 8분의 1이 법정ㆍ행정 명령이나 그에 준하는 이유로 퇴거조치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Desmond & Shollenberger, 2015).

미국의 주택연구자들은 이러한 비자발적이고 빈번한 세입자들의 주거 이동을 두고 이사가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의미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Coulton, Theodos, & Turner, 2009).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가구가 이동하는 것은 내 집을 장만하거나, 더 넓은 집에 살거나, 혹은 직장과 더 가까운 집을 구하는 과정처럼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동시에 한 가구의 불안정한 주거환경을 반영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의미를 두부 자르듯이 구분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가 불안하다는 것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 계속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하며, 이동에 담긴 비자발성은 주거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는 연속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비자발적으로 빈번하게 이사를 다니는 것이 왜 나쁜가? 이 글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영향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빈번한 이사는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성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모든 전학을 동반한 이사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 가득한 일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보다 통제된 주거환경 내의 아이들은 이러한 환경적 충격에도 잘 적응하는 반면,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Crowley(2003)의 설명에 따르면,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직면한 부모는 그 만큼 외부의 스트레스에 노출 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보다 즉각적이고 가혹하게 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물리적인 측면에서 이사를 전후해서 아이가 공부할 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전학을 동반한 경우 아이들은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시 형성해야 합니다. 아이가 핵심적인 수업을 놓친 경우 성적에도 직접적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통제력을 잃은 주거환경은 계획되지 않은 전학을 야기하고 이는 단ㆍ장기적으로 학습의 연속성을 해치게 됩니다.

두 번째, 불안정한 주거환경은 직장의 안정성을 위협합니다. Desmond와 Gershenson (2016)의 연구에서 불안정한 주거환경은 실직의 결과가 아니고 오히려 원인에 가까울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가구들은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직장에 근무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들은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장치가 부족하고, 노동시간이 불안정하며,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내기 어려운 직종에 종사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러한 직장 환경에서는 작은 생활의 충격에도 고용의 안정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동반하는 이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로 인해 직장에 지각을 하거나 실수가 늘어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며, 심한 경우는 실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Desmond와 Gerchenson(2016)의 연구는 비자발적 이동을 경험한 가구가 동일한 조건의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15% 높은 확률로 실직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비자발적 이동이 실직을 야기하는 효과가 그 반대로 실직이 비자발적 이동을 야기하는 효과보다 오히려 더 컸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불안정한 주거환경은 가구원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물론 불안정한 주거환경으로 고통 받는 가구들은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곰팡이, 벌레, 혹은 납과 같은 위험물질 등의 위생적이지 못한 주거환경에 노출 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퇴거조치를 당한 여성들의 경우 동일한 조건의 퇴거조치를 피할 수 있었던 여성들에 비해 우울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왔으며 이러한 우울증은 바로 양육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Desmond & Kimbro, 2015). 또 몇몇의 다른 연구들은 지속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가구의 경우 비자발적 이동이 치료의 지속성을 방해하여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불안정한 주거의 위험성을 통해 필자는 인구의 이동에 대한 해석의 양면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자 합니다. 언뜻 보면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모든 사람이 이득을 얻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사의 당사자들은 주택 가격 조정을 통해 효용이 극대화 되는 소비구조를 갖추고, 정부는 거래가 늘어 취득세 통해 세수를 늘리고, 관련 업종 종사자들, 공인중개사 혹은 청소업체 등은 일감이 많아져 소득이 늘어납니다. 사람들은 이사를 하면서 TV나 냉장고를 바꾸니 민간소비도 촉진됩니다. 마치 자본의 유동성이 증가하면 좋은 것처럼 사람의 유동성이 높아지면 시장의 비효율성이 개선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어떤 이동에는 우리가 간과한 비용이 존재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모든 이동이 해당 시장에서 각 가구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가는, 일종의 시장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지나치게 주택의 사회적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들은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외부효과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자체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사는 주거를 안정적으로 유지 할 수 있었던 가구와 그렇지 못한 가구의 여러 측면에서의 격차를 벌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사는 또 다른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해 빈곤을 더욱 영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얼마나 이런 이사를 경험하고 있는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안정된 주거가 거주민의 교육, 고용, 건강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더 큰 범위에서 안정된 주거가 경제적 불평등, 사회의 빈곤, 그리고 빈곤의 대물림을 줄이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하는가? 아마도 이 연구 질문들은 주택연구자들이 앞으로 풀어야 할 큰 숙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 Coulton, C., Theodos, B., & Turner, M. A. (2009). Family Mobility and Neighborhood Change. Washington, DC: Urban Institute.
- Crowley, S. (2003b). The Affordable Housing Crisis: Residential Mobility of Poor Families and School Mobility of Poor Children. The Journal of Negro Education, 72, 22-38.
- Desmond, M., & Gershenson, C. (2016). Housing and Employment Insecurity among the Working Poor. Social Problems, 63, 46-67.
- Desmond, M., Gershenson, C., & Kiviat, B. (2015). Forced Relocation and Residential Instability among Urban Renters. Social Service Review, June. article.
- Desmond, M., & Kimbro, R. T. (2015). Eviction"s Fallout: Housing, Hardship, and Health. Social Forces. article.
- Desmond, M., & Shollenberger, T. (2015). Forced Displacement From Rental Housing: Prevalence and Neighborhood Consequences. Demography, 52(5), 1751-1772.

※ [전문가 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의 견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정엽

학력 - 건국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
-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사
업무실적 - 주택담보대출 상환방식 선택에 따른 차입자 특성분석, 한국부동산분석학회, 2016
- 주택규모에 따른 차입자 특성분석, 부동산도시연구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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